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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있음과 외로움은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홀로 있음은 다 떠나고, 다 잃고 난 후에 경험하는 존재와의 만남이며 벅찬 감격의 상태이지만 외로움은 지금 있는 것을 알아주지 않는데서 생기는 부정적인 감정적 상태이다. 외로움은 아무도 없다고 한탄하는 소리이며, 알아주는 사람 한 명도 없다는 원망의 소리이며, 지금 떠나고 없는 것에 집착해서 아우성치는 소리이며, 지금 자신의 주변에 얼마나 좋은 것들이 많은지 알아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지금까지는 잘 해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외로움이 밀려왔다. 그동안 많았던 강의도 별로 없고, 앞으로 있을 가능성도 없고, mpm훈련도 많이 했는데 할 때는 하늘의 비밀을 얻어서 기뻐하고 감사하면서도 떠나가면 그만이고 결국 늘 혼자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난 목사인데 일과 사람이 없으니 목사도 아닌 것 같고, 옛날에는 여러 가지를 했는데 지금은 상담자도, 영성가도, 강사도 아니고 직업이 없는 것 같다. 그러면서 빚은 있고, 책임져야 할 자녀는 3명이 되고, 늙으신 부모님도 보살펴야 하고, 돈은 없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막막함이 느껴지면서 외로움의 극치, 두려움의 극치에 이르게 되었다.
나는 잃어버리고, 떠나고 내 생각대로 되지 않고 막막하고 두려운 이 때 진짜 존재를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다. 예전에는 있기 때문에, 내 생각대로 잘 되었을 때 웃고, 행복하고, 밝고, 당당했다면 이번에는 없기 때문에, 내 생각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더 웃고 행복하고 당당하고 싶어졌다. 어쩌면 이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모든 것이 다 사라질 것이며, 죽음이 찾아오면 내 몸과 내 소유와 나와 내 것이라고 하는 모든 것이 사라질텐데... 한번 맞서보고 싶어졌다.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본성을 잃지 말자!’라고 결심했다. 그러다보니 ‘반대로도 살아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없고, 어렵고, 삶이 내 생각대도 되지 않으면 두려워하고 힘들어했는데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왜 꼭 그렇게 해야지? 필요한 것이 없거나, 소중한 것을 잃거나, 삶이 내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더 당당하고 더 기뻐할 수는 없나? 이렇게 생각해보니 진짜로 당당해지고 힘이 생기면서 웃음이 나왔다. 이런 방법으로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물질, 건강, 사람을 다 잃고 떠나 보내보니 마음에는 당당함이 채워지고, 가슴이 벅차고 알 수 없는 환희가 채워지는 것을 발견했다. 아하! 홀로 있음이었다. 무(=無)이었다. 이 무(=無)는 없을 무(=無)가 아니라 다 있을 무(=無)였다. 창세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하실 때의 어둠이었다. 이 어둠은 그냥 어둠이 아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으면서 하나님의 영이 수면에 운행’하시는 찬란한 어둠이었던 것이다.
보이는 것이 있고-없고, 소유가 많고-적고, 지위가 높고-낮고, 아는 것이 많고-적고, 나이가 적고-많고, 학벌이 높고-낮고 등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나와의 거리감이 중요한 것이었다. 삶이 내 생각대로 되어서 성공이라는 것을 하면서 하나님과의 거리가 멀어지고 가슴에는 본성보다는 두려움과 욕심과 분노와 원망이 많아지면 그것은 복이 아니라 벌이다. 그리고 성공이 아니라 실패이며 부유한 것이 아니라 가난한 것이다. 그리고 삶이 내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힘들어하고 걱정하고 절망하는 것도 하나님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일이 생겨도 내 가슴에는 늘 신의 본성인 당당함과 기쁨과 감사함과 자유로움이 있어야 할 것이다.
홀로 있음과 외로움의 차이를 명확하게 안 지금 내게 있던 것들이 떠나가고, 내 소중한 것을 모두 잃는다 하더라도 나는 힘들지 않고 외롭지 않으며, 두렵지 않을 듯싶다. 그냥 그런 일들과 그런 생각과 감정이 일어나는 것일 뿐이다. 겉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내면이 변하니 삶은 다르게 보인다. “모든 것이 은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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