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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 십자가에 죽으시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 때, 예수의 제자들은 예수께서 드디어 왕이 되시고 하나님 나라가 임하는 줄 알고 길거리에서 논쟁이 붙었다. 그 논쟁의 주제는 “누가 크냐?”라는 것이었다. 예수께서는 12제자를 불러서 “너희가 첫째가 되고자 하면 사람들의 끝이 되어야 하며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시는 장면이 나온다. 보통 사람들도 “누가 크냐?”라는 경쟁을 한다. 어릴 때는 누구 키가 큰지, 남자애들은 누구 오줌이 더 멀리 나가는지로 누가 더 큰지를 결정한다. 학교에 들어가서는 누가 공부를 더 잘하는지? 좀 더 나이가 들면 누가 더 잘생겼는지? 누가 돈을 더 많이 버는지? 누가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지를 통해 크기를 재곤 한다. 누가 큰지를 판결하는 요인을 한 마디로 말하면 ‘좋은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하나님 나라에서 누가 큰지를 결정하는 요인은 겉으로 보이는 옷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신다. 옷을 입고 있지 않은 자 즉 돈이 없는 사람, 지위가 낮은 사람, 젊음이 없는 사람, 건강이 없는 사람,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을 어떻게 대우하는지로 결정되는 것이라 말씀하고 있다. 한 마디로 좋은 옷이 없는 사람을 무시하고 그 사람에게 화를 내고 조롱하고 낮게 보면 이것은 하나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는 좋은 건물, 많은 돈, 높은 신분으로 만들어지는 옷의 나라가 아니라, 소자를 대하는 하나님의 속성으로 만들어지는 곳이라는 말씀이다.
옷의 나라는 옷으로 사람의 존재를 평가하지만 하나님 나라는 옷의 나라가 아니기에 옷으로 존재를 결정하지 않는다. 도리어 허름한 옷을 입은 사람을 어떻게 대우했느냐를 보고 하나님 나라에 합당한지 결정한다는 것이다. 누가복음에 부자와 거지 나사로 이야기가 나온다. 부자는 자색 옷을 입고 잘 먹고 높은 대우를 받으면서 평생을 살았으며, 거지 나사로는 허름한 옷 정도가 아니라 헐은 살을 개가 핥기도 했다. 그러다 부자와 거지 나사로, 모두 육체라는 옷을 벗었다. 그런 후 부자는 지옥에서 고통스러워하고, 거지 나사로는 아브라함의 품에 안겨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부자이기에 부자가 평소에 헐벗고 천한 옷을 입고 살아온 거지 나사로를 어떻게 대우했는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모든 사람은 옷을 벗을 때가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은 옷이 낡아지면서 하나씩 벗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 자신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 ‘남자는 돈 없고 힘없으면 필요 없어’ ‘나 같이 늙고 병들면 죽는 것이 좋아’라고 생각하면 초라한 옷을 입은 나를 낮게 보는 것이기에 하나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는 말이다. 또 상대방이 ‘실수했다’고, 학생이 ‘성적이 나쁘다’고 혼내고 무시하고 조롱하는 것은 학생으로서 ‘초라한 옷’을 입었다고 존재를 무시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옷으로 사람의 크기를 평가하는 것이며, 옷의 나라를 좋아하는 태도이기에 결국에는 하나님과 하나님 나라를 무시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못하는 것이 있고, 가진 것이 없더라도 이것은 옷이고 존재와는 ‘상관없다’는 사실을 알고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성경은 좋은 옷을 입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거나 싫어하지 않는다. 이 땅을 사는 동안에 마음껏 좋은 옷을 입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허름한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을 돌아보아야 하며, 자신이 좋은 옷을 입었다고 군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혹시 때가 되어서 좋은 옷을 벗고 허름한 옷을 입었다고 걱정하거나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두 벌 옷을 입지 말며 전대도 갖지 말 것을 말씀하고 있다. 옷에 매이지 말라는 말씀이다.
옷은 내가 아니다. 고급스러운 옷을 입었든 허름한 옷을 입었든 하나님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다. 결국에는 다 벗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옷을 벗은 후의 자신의 존재에 관심을 쓰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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