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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해 보이는 정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가능성이 남아있는 한 포기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다.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그것은 약하기에 외면하며 살기도 한다. ‘약하다’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면 ‘못 한다’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못 한다’고 생각하면 움직이지 않게 됨으로 ‘포기하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남아있는 가능성은 사용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삶은 사장되게 되는 것이다.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이토록 무서운 것이다.
이스라엘이 바벨론에 멸망을 당해서 모든 것을 잃었을 때 하나님께서는 ‘그루터기’라는 그림을 보여주셨다. 모든 것이 황폐화되고, 온 나라의 모든 상수리나무와 밤나무가 베임을 당할지라도 이 ‘그루터기’가 남아있는 한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다시 거대한 나무로 자라날 것임을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이 땅의 거룩한 사람이 그루터기가 될 것을 명령하셨다.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여도, 자신의 상황과 환경이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나는 약하다’ ‘나는 못 한다’ ‘나는 포기 한다’라는 생각은 당연하지 않다. 이때도 남은 것을 소중히 여기면서 다시 움직이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 이 땅의 희망인 그루터기인 것이다.
설 명절 때 너무 편두통이 심해서 전문가가 하는 경락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이 분은 내가 왔다고 반가워하면서 4시간이상을 해주었다. 온 몸에 엉킨 근육을 모두 풀어주는 중에 어릴 적 소아마미를 앓았던 왼쪽 다리를 마사지 하는데 건드릴 때 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느껴졌다. 그 순간 그 분이 “날개님! 다리가 아프다고 과잉보호하셨네요. 사용하지 않으셔서 근육이 자라지 않았네요. 장애가 아닌데요? 봐요, 다리 길이가 똑같아요. 만질 때마다 감각이 느껴지시잖아요? 오른쪽 다리 의존하지 마세요. 스스로 힘을 쓰도록 하세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극심한 고통을 느꼈지만 가슴에는 감격이 일어나고 있었다. 나의 왼쪽 다리에 아직 감각이 남아있는데 장애라고 오랜 세월 동안 약하게 여기고 외면해왔다. 그리고 못한다고 포기하려고 하면서 내 삶의 가능성을 외면해 왔다. 지금 나는 한 발, 한 발 기울어지지 않게 걷는 연습을 하고 있다.
50년을 당연하게 여겼던 내 생각이 무너졌다. 내 다리가 나아지고 있다는 것보다 당연한 생각이 깨진 것이 더 기쁘다. 이데올로기, 사상, 신념, 종교의 교리 등 절대적인 생각이 깨진 것이 무엇보다 기쁜 것이다. 나는 당연한 생각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자 내가 살고, 내 몸이 살고, 내 주변이 살고, 내 환경이 살아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내가 어리석게도 생각에게 절대권을 준 것이다. “와! 나는 내 몸에 숨어있었던 당연한 생각 한 마리를 잡은 것이다.” 너무 감격스럽고 신나는 시간이었다. 생각이 내 삶을 제한한다. 이 생각이라는 놈이 무서운 줄은 진작 알았는데 이렇게 숨어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라. ‘늙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이것이 당연한가? 아니다, 아직 남아있는 것이 있다. 근력도 남아있고, 경험도 남아있고, 인맥도 남아있고... 남아있는 것이 있는 한 약하다, 못한다, 안 된다, 할 수 없다는 생각은 당연하지 않은 것이다. 그 외에도 가난하게 사는 것, 불행하게 사는 것, 힘들게 사는 것 등 모든 어두움은 당연하지 않다. 혹시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는 이유와 불행하게 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충분히 있다고 할지라도 이 생각은 당연하지 않은 것이다. 왜냐하면 남아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감각이 남아있고, 몸이 남아있고, 돈도 남아있고, 주변의 사람도 남아있고, 무엇보다 만물 속에 거하시는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무엇이라도 남아있는 한 무시하고 포기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 것이다.
자신이 당연하게 여기는 생각이 있으면 한번 의심해보라. 그리고 아직 자신에게 남아있는 가능성을 갖고 새로운 삶을 향해 행동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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