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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겨울이 끝나고 따뜻한 햇볕이 싱그러운 이 계절에
솜털을 가득 안고 돋아나는 취나물, 고들빼기, 씀바귀, 고사리...등
산으로 나물을 뜯으러 가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7년 전, 날개영성하우스를 짓고 나서는
나물에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7년이 지난 지금은 ‘날개’의 주변 산을 넘다들면서
산나물을 뜯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고사리를 먹는 민족은 우리 민족뿐이라고 합니다.
독초라고 여겼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고사리에 있는 독성은 데쳐서 말리고
물에 불리는 과정을 거치면 제거되고
한방에서는 고사리에 부종, 해열, 설사에 효험이 있고
석회질을 함유하고 있어서 뼈를 튼튼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좋은 고사리를 뜯으러 어저께와 그저께 산에 갔었습니다.
산에는 지난해에 자라났다가
시린 겨울바람 맞고 쓰러진
내 허리까지 오는 풀들과 칡넝쿨이 바삐 가는 내 다리를 걸기도 하고
비탈진 언덕에서는 발 디딜 곳이 없어 큰 가지를 붙들고 산을 오르고
이제 돋아나기 시작한 산딸기 넝쿨과 가시나무 넝쿨은
겹겹이 입은 내 바지를 뚫고 들어와 다리에 생채기를 내기 일쑤입니다.
그러면 저는 반갑다는 인사쯤으로 알고 ‘안녕, 날 놓아줘~!’하며
부지런히 산을 오르곤 합니다.
고사리가 많은 곳!
그 곳에 가면 눈을 크게 뜨고 덤불 속에
주먹 쥔 아기 손처럼 어여쁜 고사리가 있는지 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햇볕이 잘 드는 풀숲에서 자라나는 고사리는
풀색과 비슷해서 잘 살펴보아야 구분을 할 수 있습니다.
‘여기는 없겠지’ 하고 걷다보면 불쑥 나타나는 고사리.
한숨 돌리느라 오던 길을 뒤돌아보면 또 서있는 고사리.
한 바퀴를 돌고, 또다시 돌다보면 보이는 고사리.
작은 나무 뒤에서 숨바꼭질 하듯이 날 쳐다보는 것 같은 고사리.
저는 이런 고사리를 뜯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고
또 이것이 사람 사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런 기대감 없이 걷다가 만나는 고사리처럼
내 인생에서 갑자기 즐거움이 찾아들기도 하고,
나는 마음을 다하고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돌아보면 미처 내가 생각지 못한 부분이 보이기도 하고
고사리처럼 내가 심지도 않고 가꾸느라 물 한 번 뿌려주지 않았는데도
깨끗하고 단장된 모습으로 나타나
나를 가져가서 마음껏 드시고 건강하시라고
자신의 전체를 내어주는 고사리를 만날 때면
가슴 뭉클할 만큼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내가 발길을 멈추지 않고 계속 걸었던 것처럼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나의 삶을 살다보면
그 어딘가에 또 다른 기쁨이 준비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나의 최고의 모습,
나의 전부를 주어야 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산을 내려오면 고사리는 볕 좋은 테라스에서 말리고
더욱 맛있는 육개장과 나물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합니다.
고사리가 전부를 내어 준 것처럼
나도 내 모든 것을 담아 ‘아름만의 요리’를 합니다.
이 요리 한번 드셔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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