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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내 생활을 온통 흔들어 놓는 사건이 있었다.
시골에 있는 큰 오빠의 조카가 백혈병일지도 모른다는 기가 딱 막히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테니스 선수인 조카는 집을 떠나 테니스 전문학교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설날 친정집에 가서 만난 조카의 얼굴빛이 유난히 하얗기에
속으로만 ‘운동이 많이 버거운가 보다’ 이러기만 하곤 올라왔다.
그리고 며칠 뒤 받은 소식은
훈련 중 어지럽고 심장이 답답하다 하여 집으로 데려 왔다는 것이다.
큰 병원을 가보라는 코치의 권유로 춘천 한림병원에서 검사를 받았고
그때까지만 해도 우린 이 친구가 집에 왔다 간 직후라 훈련이 싫고 어리광을 피우고 싶었나 보다 이랬다.
그래도 가슴 한 구석에선 혹시나 하는 마음을 애써 외면하며 별일 없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혈액검사를 받은 직후 상황은 급속도로 위급함으로 치 닫았다.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의 수치가 정상치 보다 낮아도 너무 낮다는 것이다.
더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의사의 권유로 조카는 응급으로 서울 아산병원으로 왔고
검사는 다시 시작되었다.
일단 , 수혈을 받고 우리 집으로 온 조카..
‘헉~ 수혈이라니 ..이거 뭔 일이 나도 단단히 났다’ 싶은 맘이 일면서
난 조카의 눈을 마주할 수 가 없었다.
괜히 눈물이 고이며 어쩌나 싶은 마음이 일었기 때문이다.
자동으로 내 생각은 속력을 더해 어두운 곳으로 어두운 곳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어쩌나 백혈병은 돈과의 싸움이라는데 어쩌나
우리 오빠 우리 올케 힘들어서 어쩌나
종손인 큰 오빠 아들인데 명절 때 온 식구 모이면 우울해져서 어쩌나
금방 끝 날 싸움도 아닐터인데 어쩌나
혹시나 골수 검사하면 엄청 아프다는데 이일을 어쩌나
나도 골수가 맞는지 검사 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드라마를 봐도 너무 봤고
와~ 이놈의 생각이 귀신은 귀신이었다.
일 순 두려워 지면서 힘들게만 보였던 오빠의 삶이 그래도 지금이 평화다 싶은 것이
내가 안고 있는 문제도 문제로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 순간..
머리를 좌우로 막 흔들었다.
아직 확실한 아무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그 때 슬퍼해도 늦지 않으리 .
지금을 살자 ,,지금을 보자
일어나지 않은 일에 힘을 쏟아 지금을 잃어버리면 너무 억울하다.
만일 아무 일도 아니어도 억울하고
혹여 무슨 일이 있다고 한다면 맘껏 기뻐할 수 있는 시간이 지금 말고는 없을 지도 모른다.
그때, 결과가 나온 그때 슬퍼해도 , 가슴 미어지게 슬퍼해도 늦지 않는다.
이런 맘이 드는 것이다.
그렇게 마음 다이어트를 하고 나니 난 조카의 얼굴도 바로 볼 수 있었고 이것저것 물어 볼 수도 있었다.
며칠 집에 데리고 있다가 다시 병원에 갔다.
정밀 검사를 받기 위함이다.
다행히 백혈병 쪽은 아닐 것 같다는 진단, 그러나 원인은 찾아보아야 한다는 다소 안심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내시경을 하면서 조직을 떼어냈다는 말에 또 근심이 일었지만
다시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그때..슬퍼해도 늦지 않는다'는 주문을 외웠다.
큰 오빠는 시골서 "띵호와 " 라는 중국집을 한다.
늘 바쁜 언니가 마음도 힘든데 아이 못 챙긴다고 더 마음 아파 할까봐
잘 멕이고 잘 재 울려고 검사가 나올 때 까지 할머니가 있는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왔다.
결과가 나오는 날 “띵호와” 라고 외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미리 앞서가 슬퍼하지 않는 훈련을 했다.
시간이 흘러 조카는 최종 결과를 받았다.
우리가 우려했던 큰일은 아니란다.
다만 위에 헤리코 박터균이 심해 피가 샌 것이라고 한다.
약 먹고 관리하면 좋아 질 수 있다는 확실한 결과를 받았다.
아싸~~~~
그때 슬퍼하지 않길 얼마나 잘했는지~~~~..^^
일을 하다 보면 고객의 반응에 슬픔과 기쁨이 왔다 갔다 한다.
이 높고 낮음이 심하지 않는 경지가 도인의 경지라고 하는데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잘 보면서 모든 힘을 지금에 집중하며 지금을 사는 나이기를 그 사건이후 꾸준히 훈련한다. 그래야 그 힘으로 문제가 왔을 때 해쳐나갈 수 있으리라고 용기를 주면서..
지금도 내 허락도 없이 근심이 올라오면 주문을 외운다.
그 때 슬퍼해도 늦지 않다..지금은 내게 주어진 길을 힘차게 가자. 이렇게..^.*
날개 쌤~ ^^
선생님 가르침을 이렇게 현장에서 잘 쓰고 있습니다.
중심을 잃지 않는 가르침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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