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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작은 마을은 5일마다 ‘장’이 서는 곳이다.
장이 서면 골목마다 할머니들이 농사지은 곡식, 도라지, 더덕, 시금치가 줄지어 진열되고,
평소에는 보기 드문 옷이나 이불, 부엌기구, 신선한 생선들이 등장해서 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대형마트나 시장이 주변에 없는 것도 아닌데,
왠지 장에 가면 푸근하고, 이런 풍경이 떠오른다.
옛날 초가 마을에 가면 으스름하게 해지는 저녁이면 굴뚝마다 연기가 피어나고,
식욕을 당기게 하던 된장냄새,
아궁이에서 타오르던 마른 나뭇가지의 향기가 퍼져 나오는 것 같은 광경이 말이다.
이 장에서 늘 마주치는 ‘배추 파는 아저씨’가 계신다.
시골 풍경 속에 등장하는 사람처럼 넉넉한 웃음을 웃으며
늘 그 자리에서 반겨 맞아 주시는 분이다.
하루는 딸들과 함께 배추를 사러 갔는데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아유! 이 집 칼 너무 잘 드네. 하마터면 손 베일 뻔 했네...”
그래서 내가 “아저씨 칼은 좋은 칼인가 봐요?”
그 아저씨 말씀, “좋은 칼은요?.. 우리 칼은 아무데서나 살 수 있는 그냥 칼이예요.
그런데 내가 매~일 갈아요.” .....
이 아저씨의 한 마디가 내 가슴으로 날아왔다.
칼은 매일 갈아야 잘 드는 칼이지...
아무리 좋은 칼이더라도 갈지 않고 써주지 않으면 칼은 이미 칼이 아니지...
내 인생에 있어서 요리와 관련된 시간은 참 오래되었다.
음식을 드시는 분들이 맛있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 데도
요즘 들어 부족한 내 모습이 많이 느껴진다.
내가 아는 음식의 종류나 폭이 좁아 보이고,
이 세상에는 요리 잘하는 사람이 참 많아 보인다.
내가 하는 것 속에서 그냥 안주하면서 살고 싶다는 마음도 들지만,
복잡하고 다양하고 익숙하지 않은 또 다른 분야로 헤엄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새로운 분야의 음식을 해 볼 목표가 생기니
힘이 마구, 마구 솟아나고 인생이 갑자기 더 재밌어 진다.
목표가 이루어지면 그 때는 잔치라도 벌여야겠다.
그래서 나는 배추 아저씨가 칼을 갈듯이, 내 음식 솜씨를 매일 갈고 닦는다.
매일 한다는 것이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아는 바이다.
그래서 새벽에 일어나서 하루 내내 칼을 놓지 않고 새로운 음식을 해보고,
처음해 보는 음식의 과정이 복잡해서 래시피를 몇 번이나 다시 보며
부단히 내 음식 솜씨를 갈고 닦는다..
그리고 그 길 끝에 환하게 웃는 나와
나로 인해 행복한 사람들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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